2004년 08월 13일
재미와 사실을 구분하자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재미있는 삼국지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이다. 이문열의 문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국내 최고의 수려하고 화려한 미사여구의 글솜씨를 자랑하는 작가이다.
십여년전부터 삼국지의 재흥을 일으킨 공로자로서 이문열의 능력은 가히 경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고, 현재 삼국지에 관심 갖기 시작한 이들은 '이문열'로 인하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그것에 있다. 재미가 있는 것으로 하여 분명 제목이 [이문열 평역 삼국지]라고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이 곧 [삼국지 연의]의 내용임으로 분간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문열이 평을 달아놓은 것을 보고는 그것이 곧 자기 생각인양 삼국지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해보면 다르잖아'라면서 이문열 생각을 자기 생각인양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는 확실히 재미있다. 그러나 [삼국지 연의]에 대한 번역이 충실하며, 사실적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제목 그대로 소위 말하는 '이문열 삼국지'는 '삼국지 연의'에 대한 번역이 아니라 '삼국지 연의'에 대한 '이문열' 나름의 '평'이기 때문이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로 인하여 삼국지에 재미를 붙인 이들에게 권한다. 정비석의 [삼국지]나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를 다시 읽어보라고 말이다. 그네들의 삼국지가 우리나라 번역본 삼국지 중에서 가히 최상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작인 것이다.
요즘 '정비석의 삼국지'가 6권으로 새로 보증간 되어서 나왔으므로 1-2년 전처럼 구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그네 이전의 어르신들이 최고로 치는 작품은 '박태원의 삼국지'다. 그분들은 박태워에 비하면 박종화도 정비석도 '별볼이 없는 작가'로 치부하기는 하다.
나도 '삼국지 체험전'에 가서야 박태원의 삼국지의 전모를 볼 수 있었는데...
어디서 구하냔 말이다. 황학동 고서점에도 없으면 도대체 어디서 구하냐고?
# by | 2004/08/13 12:04 | ◈삼국지주절잡설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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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삼국지
이문열 평역 삼국지는 이미 도서관에서 다 읽었기 때문에 어떤 삼국지를 살까 고민하던 차에 이런글을 읽고 정비석의 삼국지 보증간을 구입. 더불어 나그네님의 쾌도난담 삼국지 죽이기도 구입. 당분간 배 부르겠네~ 히히...more
박태원 삼국지..는 커녕 정비석 삼국지도 못봤는데..ㅜ.ㅜ
저희 집에 79년도에 나온 고천영치(일본 사람인가.;)라는 사람이 쓴 책이 있다는;;
박태원 삼국지....... 할아버지 댁에 있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시면서 같이 보내드려서 실종됐죠.
아깝네요.
아, 그리고 나그네님 책 리뷰(를 빙자한 잡설)을 제 블로그에 올려도 되나요?
박종화 삼국지는 아마 요즘 읽기엔 힘들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모든 시제를 현재형으로 쓰셔서 "관우는 조조를 노려본다.". "유비는 방안으로 들어온다."....이렇게 쓰여져서 악전고투끝에 포기한 기억이 있네요...
Sensui > 요시키와 에이지... 역시 좋은 책을 보셨군요.
프리스티 > 취향의 나름이죠. '김홍신의 삼국지'가 가장 최악이었습니다.
Hermesw > 헉.. 정말입니까? 아.... 저도 보고 싶어요.
키키모라 > 물론입니다. 당연하지요.
트윈드릴 > 그래도 삼국지의 바이블 (나그네의 웃대의 어른들은 인정 못할지도 모릅니다만) 인데요... 괜찮아요 ^^
그러고보니 장정일씨의 삼국지는 어떻게 된것일까요.
삼국지연의란 원래 중국의 이야깃꾼이 전해주던 '이야기'인데, '소설'이라는 장르의 외적인 발전은 스스로를 상아탑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삼국지를 비롯한 이야기를 이야기답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