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4일
[추격자] 김윤석에 대한 표상

[김윤석에 대한 표상]
1. TV에서의 첫만남
난 김윤석이라는 인간을 아침드라마 '있을때잘해'의 그 철면피 바람둥이 남편으로만 알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김윤석은 전혀 'TV'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톤을 지니고 있었다. 난 그가 대사를 읊을때마다 든 생각이라는 것은 '국어책을 읽어라'라거나 '뭘 저리 답답하게 대사를 읊는가?'하는 갑갑증이었다. 연기라는 것도 '썩'잘한다기 보다는 '재수없다'라는 표현에 어울렸다. 이는 김윤석의 연기를 살펴본다기 보다는 '아침드라마'에서 뻔하게 보여지는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깊은 사색'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는 가볍고 연기를 볼 필요가 없다라는 것이 아니라 '아침드라마'라는 특수성때문에 기인한 것이다. 김윤석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주부'들에게서 한몸에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하는 '불륜남'의 뻔뻔스러움을 표현해야한다는 것에서 이미 '평가'는 물건너 간 부분이다. 이는 김윤석이라는 인물을 '연기자'로서 살펴볼 수 없게 하는 일종의 편견으로서 작용을 하게 되고 이는 아침드라마를 보면서 '아줌마적 감성'으로서 '저 죽일놈'이 되는 것이지 그의 연기력이 어쨌느니 저쨌느니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의 '대사톤'은 전혀 TV드라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갭을 지니고 있었기에 김윤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국어책 읽는 듯한 대사톤을 지닌 초짜 중년의 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화를 내는 부분도 어색하기 그지 없었으며 목소리의 역량 역시도 부족했다. 이는 순전히 '연극'으로 다져진 그의 연기력이 '연극'으로 다져진 그의 발성으로 인해서 묻혔다고 봐야하는 부분이다. TV톤과 연극톤은 엄연히 틀리다.
그러나 김윤석은 아침드라마에서 '욕'을 오지게 먹으며 일종의 '아줌마 스타'가 된다. 그 '아줌마 스타'의 힘은 아침 드라마의 시청률을 '최고'로 올려놓으며 이와 더불어서 극강의 연기력 포스를 보여주는 하희라에 뒤지지 않는 포스를 보여준 김윤석이라는 이름을 사회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2. '타짜'에서의 아귀
난 타짜에서 아귀역으로 김윤석이 나오는 줄 몰랐다. 내가 알고 본 것은 허영만의 만화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김혜수와 백윤식, 조승우가 나온다는 것 뿐이었다. 난 김윤석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 솔직한 말로 '식겁'했다. 이게 뭔 짓이야? 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허영만이라고하는 당대 만화가의 유명한 만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드라마에서 발성톤도 어색하고 연기력은 살펴보지도 않은 그런 인물이 나온 것은 순전히 내 입장에서는 '아침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아줌마 팬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작'이었다. 그러니 김윤석이 나온 것을 보고서 '영화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나'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대사톤이 틀렸다. 아니 틀려졌다. 아니 TV와는 달랐다. 억양이 달라졌고, 연기력의 능글능글함 또한 달라졌다. 아침드라마나 영화에서의 그 능글능글한 뻔뻔함은 같은데 표현방식이 아예 다르다고 해야하나. 즉, 같은 느끼한 남자가 있는데 A와 B의 느끼함이 주는 느낌이 틀린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의 대사와 연기력을 보면서 또 한번 식겁했다. '같은 사람이야?' 어찌 홀로서 같은 뻔뻔함과 능글능글함을 전혀 다른 두 배우가 연기하듯 하는 것에 대해서 기겁을 하며 놀랜 것이다.
타짜에는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즐비했다. 관록의 백윤식이 있었고, 연기하면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김혜수 그리고 말아톤에서 보여주듯 초절정 연기력의 포스를 보여준 조승우의 모습에서 아귀역의 김윤석은 전혀 그네들에게 기죽지 않았으며 도리어 당시 극강의 연기력 포스를 발산하던 '백윤식'마저 잠재워버리는 아우라를 펼쳐보이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아귀의 그 뻔뻔한 능글능글함에서 나중에 자기 손이 아작나기 직전의 그 비굴함과 '이건 아닌데...'라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의 느낌까지 한 얼굴에 동시에 표현해내는 표정에서 가히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릴 수 밖에 없었다. 난 타짜를 보고나서 느낀 것은 '김윤석'이라는 인물에게 반해버린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고, 김윤석이 나오는 영화라면 '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손해는 없겠다라는 생각이다.
3. 추격자의 김윤석
그 김윤석이 이번에 '추격자'라는 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예, 봐야지'하고 있었다. 상대 배우가 '하정우'였는지도 모르고 - 누군지도 모른다 - 유영철의 이야기를 모방했다는데 그런것도 몰랐다. 오직, 단 한사람 김윤석이 나온다는 이야기만 듣고서 보기로 한 것이다. 그의 영화를 봐서 손해볼 것은 없다라는 생각이니까.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요즘 트렌드가 '리얼리티'라고 한다면 추격자는, 아니 추격자의 김윤석은 절대적으로 '리얼'하다. 그런데 그 리얼은 '타짜'에서도 보여준 리얼이다. 현장감이요, 생생함이다. 살아서 쿵쿵 거리는 심장의 박동소리와 같다. 그의 연기는 거부감이 없고, 바로 옆에서 잃어나는 생동감이다. 더구나 연기의 디테일함에 꼬박 숨 넘어간다.
추격장면에서 하정우를 잡고서 전봇대를 붙잡고 우웩하는 장면은 정말로 숨이 턱끝 밑까지 차본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현상이다. 어느 추격시에서도 그런 장면은 없었다. 그저 숨만 헐떡일뿐이다. 그런데 김윤석은 토악질을 한다. 그 리얼함은 가히 말을 하지 못한다. 그뿐인가. 자기가 부리는 여자를 빼돌렸다는 생각으로 다른 포주들을 만났는데 거기서 상대의 크기에 겁에 질려 뒤돌아서서 상대를 방심케하고는 순식간에 의자로 상대를 내려찍는 그때의 그의 얼굴표정은 가히 그 세계의 리얼함이다.
더구나 맨 처음 김윤석의 표정은, 얼굴은 삶을 포기한 듯한 재미란 것을 잃은듯 포기한 그러면서도 자기 일에 있어서 손해보고 싶지 않아라 하는 야누스적인 표정은 경찰을 하다가 쫓겨나서 포주질을 하는 자신의 신세의 양편에 대한 얼굴 표정과 같은 복잡미묘함 또한 그의 연기력의 세심함이다.
4. 불안감
사람은 찬찬히 레벨업을 해나가야 한다. 너무 초장에 '대박'을 터뜨리면 다시금 '대박'이라는 느낌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역배우로 유명한 아이가 성인배우로 변환하기 힘든 것이 다 그런 이유고, 어려서 천재였던 아이가 평생 천재일수 없는 이유도 다 그러함이다. 분명 그 천재의 능력은 어렸을때의 능력에서 분명 진화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린아이가 할 수 없다고 여긴 능력을 보여준 '천재'에게는 감탄하는 반면 그 아이가 성인이되어서 '진보'된 능력을 보여주어도 '그 정도는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라는 어느 정도의 자기 감안으로서의 바라봄이 있기 때문이다.
김윤석의 추격에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드는 불안감은 바로 그러함이다. '단기간에 너무 자신의 능력을 꽉 채워서 보여주었다'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단기간이라는 것은 그의 연극에서 다져진 시간의 실력을 말함이 아니라 대중에게 '각인'된 그 시간의 개념이다. 김윤석은 '타짜'에서 대중에게 그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분명 이 추격자라는 영화에서 그의 모습에 다시금 감탄할 관객들 많다.
그런데, 이 이상 그가 어느정도의 능력을 발현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더이상 놀래킬 무언가가 아직 더 남아있는건지, 아니라면 이러한 '리얼함의 감흥'의 연기력으로 꾸준히 스테디하게 갈지 알 수는 없다. 전자든, 후자든 그의 연기는 볼만하다.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짜에서 추격자로 이어지는 그 김윤석에게서 느낀 그 포스를 다시 느끼는게 힘들지 않을까.
김윤석은 스스로 좋은 배우로 만족하지 말고, 후덜덜한 느낌을 받는 배우로서 존재키를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럴려면 스스로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말이지.
그의 다음 영화를 다시금 학수고대하며 기다려 본다. 그의 변화를 기대하며.....
Written by 나그네
# by | 2008/02/24 20:15 | ◈느낌으로본영화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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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movie]추격자 (2008, The Chaser)
정말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았다.. 보게 된 영화는 추격자.. 사실 이 영화는 얼마전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를 클릭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영화다. 두 연기파 배우의 쫓고 쫓기는 대결구도가 마치 예전에 인상깊게 본 공공의 적을 연상케 했다. 영화는 역시 공공의 적과 닮은 면이 있었다. 시대의 한 폐륜아와 그를 쫓는 또한명의 부정한 인물..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극에 달한 복수심을 터트리는 순간까지..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부분에서 약간의......more
왜 저렇게 할까.. 뭔가 컨셉이 있을꺼야.. 라며 자기 암시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