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世] 그의 죽음이 아름다운 인간 - 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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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미상. 광평군 출신. 한복의 부하로서 별가를 지내다가 원소가 한복을 멸망시키고 기주를 손에 넣자 원소의 초빙에 응하여 부하가 된다. 199년 유비가 조조의 서주를 점거하고 이를 두려워하여 원소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명분없는 전쟁은 불가하다고 말하지만 거절당했다. 200년 원소가 안량을 백마를 공격하게 하여 이에 저수가 안량은 총사령관 감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원소는 강행했다. 가을에 조조를 공격하려하자 이를 말리다가 군영에 갇혔다. 원소의 수송부대인 순우경을 보호할 병사를 보내야 한다고 진언하나 역시 거절당했다. 원소의 식량보급기지인 오소를 지켜야 한다고 다시 진언하나 거절당했다. 관도에서 패한 원소가 옥내의 저수를 미쳐 두고 떠나서 조조에게 잡혔다. 조조가 부하로 삼으려고 군영에 두었는데 도주하다가 잡혀서 죽었다.

 

1. 천하 분할론의 창시자

 

저수는 한복의 수하에 있다가 한복이 원소에게 점거 당하자 원소의 초빙에 응하여 원소의 참모가 된다. 저수는 원소에게 출사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흑산적 장연을 토벌하고 기주, 유주, 병주, 청주 4주를 병합하고 천자를 영입한다면 패업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하북을 점거하라, 강남은 안중에도 없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강남은 아무도 차지하지 않는다는 말인가하면 그 말은 아니다. 어차피 형주의 유표가 있었고, 양주의 호족세력과 익주의 유언, 서량의 마등이 있었다. 이네들을 저수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북의 4주를 장악하면 서량의 마등은 무서울게 없으며, 강남은 형주든 양주든 익주든 누군가가 장악을 하게되어 차지하게 된다면 천하는 둘로 나뉘게 된다. 이때라면 당연히 ‘황제’를 모시고 있는 이가 명분을 가지게 되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다라는 ‘천하이분계(天下二分計)’의 근본 원칙이다. 원소는 저수의 이말을 듣고 손을 잡으며 감탄을 했는데 원소의 자질은 거기까지뿐이다. 곽가는 그런 원소를 정확히 짚어내어 말한다.

 

원소는 주공을 본받아 인재 모으기를 좋아하나 그 인재를 쓰는 법을 모른다.

 

이러한 곽가의 평은 정확하여 황건난 이후 군벌난립기에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될 수 있었으며 각 참모들의 영입으로 상대 군벌들이 두려워하는 군벌이 될 수 있었다. 인재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두려움을 가져오게 한 것이 바로 원소의 인재 모으는 힘, 더불어 원소의 가문이라는 뒷배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첫모습에서만일뿐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인재는 원소를 떠나갈 수 밖에 없는 성격상 오점을 지녔다. 그의 우물쭈물함은 참모의 말에 즉각즉각 반응해야 하는데 이로인해 참모들의 불만을 가져왔으며 천하를 가질 욕심은 있으나 천하를 보는 안목이 없어서 쓸모없는 곳에 힘을 소진하니 장수고 참모고 모두 등을 지게 되는 것이다.

 

순욱과 곽가가 원소의 초빙에 응했다가 조조에게 돌아선 것이나 관도대전에서 장합과 고람이 조조에게 투항한 것들 모두가 원소의 군주답지 못한 그릇이 그 뜻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저수는 왜 자기 말도 듣지 않는 원소의 밑에 끝까지 남아있던 것일까.

 

2. 천성이 게으른 인간

 

저수는 게으르다. 필자가 봤을때 그는 게으른 인물임에 틀림없다라고 생각을 한다. 다케이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를 보면 중학교 최고의 인재인 서태웅은 좋은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북산고’에 입학한다. 다른 여러 가지 기타 부수적인 이득을 팽개치고 말이다. 왜 갔는가는 단지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 때문이다. 저수는 서태웅같은 인물로 대변되어질 수 있다.

 

저수의 고향은 광평군이다. 어느 현인지는 모르나 광평군은 기주땅의 군이고 당시 기주목은 한복이었다. 그렇다면 저수는 그저 자기 고향의 주목이기 때문에 한복에게 출사하였을 것이다. 어차피 군웅할거의 시대다. 황건적 이후 각개 쪼가리로 잘린 땅 누가 일어서서 그 땅을 맡건 저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능력은 천하를 관망하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천하이분계의 계책을 원소에게 진언할 정도이긴 하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줄 주군을 찾으러 천하를 떠돌지는 않는다.

 

움직이기 싫은 것이다. 아마도 저수는 누가 주군이 되든 상관없이 자신이 그 주군을 움직여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슬램덩크의 서태웅이 북산을 택한 이유는 그의 게으른 천성에서 기인하지만 그는 북산고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교농구의 강자였던 현주엽이 ‘서장훈’이 있는 연세대를 버리고 ‘고려대’를 택한 이유에 대한 인터뷰에서 ‘대학 최강 연세대를 꺾고 고려대를 우승시키기 위해서 입니다’라는 그의 말은 ‘자기 능력의 과신’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안티 최강’이라는 마음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최강을 꺾었을때의 그 쾌감을 아마도 만끽하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저수도 그런 이유가 병존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수는 자신의 발언을 들어주지 않는 원소에게 부단하게 말하고 또 말하고 끝없이 말한다. 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원소를 변화시켜 천하를 가져보게 하고자 하는 그의 욕망의 분출이다. 그러면서 다른 주군에게 가지 않는 이유는 이미 선택한 주군이기 때문이다. 저수의 이러한 이중성적인 게으름과 도전이라는 욕망의 언밸런스가 그를 원소라는 그릇이 되지 않는 주군을 모시게 되는 이유가 된다.

 

3. 주군을 위해 죽은 아름다움

 

필자는 이런 죽음을 아름답다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대개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모사’라는 것들의 습성에서 봤을때 저수는 그네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 그것이 아름다워보이게 된다. 절대적인 상대성에 의함이다.

 

배신의 대명사 가후라든지 유비를 모셨다가 떠난 진군이라든지 유비를 모셨다가 조조에게 항복하는 황권같은 경우에서 보듯이 주군을 위해서 같이 죽음을 감내하는 모사는 볼 수 없다. 어느 모사가, 참모가 자신을 버린 주군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는가 말이다. 전장터에서 피튀겨가며 주군과 생사의 고락을 함께 하지 않는, 그래서 그럴 가능성이 극히 드문 모사들로서 주군과의 끈끈한 의리는 그래서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무장들 중에서도 자신을 버린 주군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인사는 없다. 장합과 고람은 원소가 알아주지 않는다하여 배신했으며, 서황은 양봉의 밑에 잘 있다가 만총의 입발린 설득에 배신했으며, 장료는 여포 밑에서 깊은 신임을 받았으나 여포가 죽고 조조에게 투항하였다.

 

하지만 저수는 자신을 버리고, 의견을 듣지도 않으며, 심지어 옥에까지 가둔 원소를 위해 죽음을 불사했다. 더구나 가장 강성한 세력으로 성장한 조조가 투항하기를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저수는 원소를 따랐다가 죽임을 당한 것이다. 삼국지 어디를 보더라도 아니 어느 역사부분을 뒤집어 헤쳐 살펴보아도 저수같은 인물은 없다. 누가 자기를 버린 주군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가 말이다.

 

만약 전풍과 같은 자결이라면 자신의 주군을 고르는 안목, 자신의 무지함에 대해서 스스로의 책임을 짓는다는 의미에서 해석될 수 있다. 저수가 자결을 했다면 그렇게 해석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조조에게서 탈출해 원소에게로 도주하다가 잡혀 죽다니 이건 무슨 경우인가 말이다.

 

끝없는 충성일 것이다. 아니면 끝없는 자기 과신일수도 있겠다. 두들기고 두들기면 연젠가는 열릴것이다라는 그러한 믿음일 수 있다. 원소를 천하군웅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원소가 자기 말만 듣는다면 문제가 없다라고 여겼던 것일까. 만약 설사 저수가 살았다하더라도 원담과 원상의 형제지간의 싸움을 저수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지만 그것은 나중의 문제일 뿐이다. 저수는 원소의 충복으로서 자신의 마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원소에게로 도망친 것일 것이다. 그 정도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지 않고서야 조조에게서 도주한 이유를 밝힐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천고이래로 전무후무하기에 그의 죽음이 아름다운 것이다. 고대사를 살펴보건, 중세사를 살펴보건, 현대사를 살펴본다 할지라도 어찌 이런 인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대라면, 나를 버린 이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가?

 

그래서 저수의 죽음이 아름다운 것이다.

 

 

Written by 나그네

by 나그네 | 2008/01/14 20:24 | ◈삼국지관련논제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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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lus at 2008/01/14 21:40
재미있게 써주시는 인물 비평 및 삼국지 생각들. 정말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특히 제갈량의 반조조이즘이 인상깊네요.
이렇게 삼국지의 인물평을 하나하나 적어주시니 마치 허초같으십니다.(웃음)
그래서 감히 여쭙되 나그네님의 법정에 대한 인물평을 듣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kalay at 2008/01/15 00:28
이 글 보고 단숨에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을 읽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탁월한 식견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링크신고합니다!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1/15 08:53
재밌는 글들이 많군요! 링크신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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